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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길동이 점점 자라 여덟 살이 되자 총명하기가 보통이 넘어 하나를 들으면 백을 깨달았다. 공은 더욱 귀여워했지만 천한 어미 소생이어서 길동이 늘 아버지니 형이니 하고 부르면 그때마다 꾸짖고 그렇게 부르지 못하게 하였다. 길동이 열 살이 넘도록 감히 아버지와 형을 부르지 못하는 데다가 종들로부터도 천대받는 것을 뼈에 사무치게 한탄하면서 마음 둘 바를 몰랐다.

㉠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공자와 맹자를 본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병법이라도 익혀 대장인(大將印)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동서로 정벌하여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내는 것이 장부의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외롭고, 아버지와 형이 있는데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 지경이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나) “너는 무슨 흥이 있어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고 있느냐?”

길동은 공손한 태도로 대답하였다.

“소인은 마침 달빛을 즐기는 중입니다. 만물이 생겨날 때부터 오직 사람이 귀하게 태어났으나 소인에게는 이런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지요?”

공은 그 말의 뜻을 짐작은 했지만 모른 척하고 꾸짖기를,

“그게 무슨 말이냐?”

하니 길동이 절하고 말씀드리기를,

“소인이 평생 서러워하는 바는 대감의 정기를 받아 당당한 남자로 태어났고, 낳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입었음에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옵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하고 눈물을 흘려 적삼을 적셨다.

공이 듣고 보니 불쌍한 생각은 들었으나 그 마음을 위로하면 방자(放恣)해질까 염려되어 크게 꾸짖었다.

“재상가의 천한 자식이 너뿐이 아닌데, 네 어찌 이다지 방자하냐? 앞으로 다시 이런 말을 하면 내 눈앞에 두지 않겠다.”

이렇게 꾸짖으니 길동은 감히 한마디도 더 하지 못하고, 다만 땅에 엎드려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공이 물러가라 하자 그제야 길동은 잠자리로 돌아와 슬퍼해 마지않았다.


(다) 길동이 본래 재주가 뛰어나고 도량(度量)이 활달하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하루는 어머니 방에 가 울면서 아뢰었다.

“소자가 모친과 전생의 인연이 중하여 이승에서 모자 사이가 되었으니 그 은혜가 지극합니다. 그러나 소자의 팔자가 기박(奇薄)하여 천한 몸이 되었으니 품은 한이 깊사옵니다. 대장부가 세상에 살면서 남의 천대를 받음이 불가한지라, 소자는 이 설움을 억제하지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모친께서는 소자를 염려하지 마시고 귀하신 몸을 잘 돌보십시오.”

그 어미가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며,

“재상가의 천한 자식이 너뿐이 아닌데 어찌 마음을 좁게 먹어 어미 간장을 태우느냐?”

하니 길동이 대답하였다.

“옛적에 장충의 아들 길산(吉山)은 천생(賤生)이었지만 열세 살에 그 어머니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전하였습니다. 소자도 그를 본받아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하고 후일을 기다리시옵소서. 근래에 곡산 어미의 눈치를 보니 상공의 사랑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여기고 있습니다. 이에 장차 큰 화를 입을까 하오니 모친께서는 소자가 나감을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어미가 이 말을 듣고 같이 슬퍼하였다.

1

(가)~(다)에 드러난 시대적 상황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2

㉠에 나타난 갈등 양상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3점)

3

(나)에서 길동이 서자임을 알 수 있는 단어 두 개를 찾아 쓰시오. (3점)

4

(가)~(다)를 참고하여, 다음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쓰시오. (4점)

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               )이라는 사회 제도와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길동의 갈등이다. 

[5-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공이 이 말을 듣고 길동의 장래를 알고자 하여 즉시 길동을 불러다 보이니 관상녀가 한참을 보다가 놀라 말하기를,

“이 공자의 상을 보니 천고 영웅(千古英雄)이요, 일대호걸(一代豪傑)이오나 지체가 부족한 것 말고 다른 염려는 없을 듯합니다.”

하면서 말을 할 듯 말 듯 주저하기에 공과 부인이 크게 의심을 내어 묻기를,

“무슨 말인지 바른 대로 이르라.”

하니 관상녀가 마지못한 체하며 주위 사람들을 내보내게 하고 나서 말했다.

“공자의 관상을 보니 가슴속에 조화가 무궁하고 미간(眉間)에 산천 정기가 영롱하오니 진실로 왕이 될 기상입니다. 장성하면 장차 온 집안이 멸망하는 화를 당할 걱정이 있으니 상공께서는 유념하시옵소서.”

공이 듣고 나서 놀란 나머지 한참 동안이나 묵묵히 있다가 마음을 진정하고,

“사람의 팔자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니 너는 이런 말을 누설(漏泄)하지 마라.”

하며 단단히 당부하고는 약간의 돈을 주어 보냈다.

그 후로는 공이 길동을 뒷산 정자에 머물게 하고 행동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감시했다. 길동은 이런 일을 당하자 설움이 더욱 북받쳤지만 어쩔 수가 없어 육도삼략(六韜三略)과 천문 지리(天文地理)를 공부하고 있었다. 공이 이 사실을 알고 크게 근심하여 말했다.

“이놈이 본래 재주가 있으니 만일 주제넘은 마음을 품게 되면 관상녀의 말과 같이 될 터인데 이를 장차 어찌하랴?”


(나) 부인과 좌랑(佐郞) 인형이 크게 근심되어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초란이 곁에 있다가 아뢰었다.

“상공의 병환이 위중하심은 길동으로 인한 것입니다.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길동을 죽여 없애면 상공의 병환도 완쾌되실 뿐 아니라 가문도 보존할 것이온데, 어찌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부인이 이르기를,

“아무리 그렇다 한들 천륜이 지중(至重)한데 어찌 차마 그런 짓을 하겠나.”

하니 초란이 말했다.

“듣자오니 특재라는 자객이 있는데, 사람 죽이기를 주머니 속의 물건 꺼내듯 한답니다. 그에게 거금을 주고 밤에 들어가 해치게 하면 상공이 아셔도 어쩔 수 없을 것이오니 부인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부인과 좌랑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는 차마 못 할 일이지만 첫째는 나라를 위함이요, 둘째는 상공을 위함이며, 셋째는 홍씨 가문을 보존하기 위함이니 너의 생각대로 하여라.”


(다) 그날 밤, 촛불을 밝혀 놓고 “주역(周易)”을 골똘히 읽고 있는데 까마귀가 세 번 울고 갔다. 길동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혼잣말로,

“저 짐승은 본래 밤을 꺼리는데 이제 울고 가니 심히 불길하구나.”

하면서 잠시 “주역”의 팔괘(八卦)로 점을 쳐 보고는, 크게 놀라 책상을 밀치고 둔갑법으로 몸을 숨긴 채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밤중이 지나자 한 사람이 비수를 들고 천천히 방문으로 들어오기에 길동이 급히 몸을 감추고 주문을 외니, 문득 한 줄기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면서 집은 간데없고 첩첩산중(疊疊山中)에 풍경이 굉장했다. 특재는 크게 놀라 길동의 무궁한 조화인 줄 알고 비수를 감추고 피하고자 했으나 갑자기 길이 끊어지면서 층암절벽(層巖絶壁)이 가로막아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라) “밤이 깊었는데 네 어찌 자지 않고 이렇게 방황하느냐?”

길동이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소인이 일찍 부모님께서 낳아 길러 주신 은혜를 만분지일(萬分之一)이나마 갚을까 하였더니 집안에 좋지 못한 사람이 있어 상공께 모함하고 소인을 죽이고자 하기에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상공을 모실 길이 없기로 오늘 상공께 하직을 고하옵니다.”

하니 공이 크게 놀라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어린아이가 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냐?”

“날이 밝으면 자연 아시게 되려니와 소인의 신세는 뜬구름과 같사옵니다. 상공께서 버린 자식이 어찌 갈 곳이 있겠습니까?”

길동이 두 줄기 눈물을 감당하지 못해 말을 이루지 못하자 공은 그 모습을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타일렀다.

“내가 너의 품은 한을 짐작하여 오늘부터는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락하노라.”

길동이 절하고 아뢰기를,

“소자의 지극한 한을 아버님께서 풀어 주시니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아버님께서는 만수무강하십시오.”


(마) 그 후 길동은 스스로 ‘활빈당(活貧黨)’이라 이름 하고 조선 팔도로 다니며 각 읍 수령이 불의로 모은 재물이 있으면 탈취하고,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이 있으면 구제하면서 백성은 침범하지 않고 나라의 재산에는 추호도 손을 대지 않으니 부하들은 그 뜻에 감복하였다.

“탐관오리인 함경 감사가 백성을 착취해 백성들이 이제 이를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이를 그대로 둘 수 없으니 그대들은 나의 지휘대로 하라.”

5

이 글에 나타난 당시 사회 모습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6

(가)~(마) 중 홍 판서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은? (3점)

7

다음 중, (가)에 드러난 갈등으로 바르게 짝지어진 것은? (3점)

ⓐ 초란의 내적 갈등

ⓑ 홍길동의 내적 갈등

ⓒ 홍 판서의 내적 갈등

ⓓ 홍길동과 관상녀의 외적 갈등

ⓔ 홍길동과 사회 제도와의 외적 갈등

8

(다)에 나타나는 고전 소설의 특징에 해당하는 것은? (4점)

9

(라)를 참고하여 다음 <조건>에 맞게 서술하시오.

(4점)

<조건>


1. 홍길동이 서자의 신분임을 나타내는 말 두 개를 찾아 쓰고, 그것들의 변화 양상을 찾아 쓸 것

2. 신분을 드러내는 말이 변화한 이유를 제시할 것

10

다음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 드러나는 부분은? (3점)

이 작품은 홍길동이라는 영웅의 통쾌한 활약상을 다 룬 영웅 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 주는 장치를 통해 지배층의 무능력함을 비판하고 있 다. 이런 점에서 ‘홍길동전’은 사회 문제나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회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11-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엄마, 정말 나 이제 학교 안 갈래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보리밥 그릇을 무릎 앞에 놓고 먹을 생각도 않는 용이가 투정을 부렸습니다.

“야가 또 이런다. 지발 어미 속 그만 썩여라. 3년이나 다닌 학교를 그만두면 어쩔래? 순이 봐라. 글 한 자도 모르제. 초등학교도 졸업 못 하면 어떡할라고.”


(나) “나도 이젠 4학년 됐잖아요? 남의 책 보퉁이만 메고 다니는 거 부끄럽다니까요.”

“글쎄, 그거 늘 하는 소리제. 지발 좀 참아라. 아이구, 없는 기 원수지. 그 애들이 왜 그렇게 못살게 하나!”

어머니도 밥숟갈을 들 생각을 않으시고 한숨을 쉬시더니 또 말을 이었습니다.

“야야, 너 아부지도 올해만 남의 일을 하면 그만두실 끼다. 한 해만 참아라. 부디 한해만…….”


(다) 모진 겨울을 이겨 낸 보리들이 푸릇푸릇 살아난 밭둑길을 걸어가면서 아이들은 모두 어깨를 우쭐거리며 ‘향토 예비군의 노래’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산기슭을 돌아 고갯길에 올라섰을 때 그들은 모두 용이 발밑에 책 보퉁이를 던졌습니다. 3년 동안 용이 어깨에 매달려 재를 넘어가고 넘어오던 책 보퉁이들입니다. 용이 아버지가 같은 동네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모두 용이까지 남의 짐을 날라주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 ‘야, 참 멋지다!’

날개를 쫙 펴고 꽁지를 쭉 뻗고 아침 햇빛에 눈부신 모습으로 산을 넘어가는 꿩을 쳐다보는 용이의 온몸에 갑자기 어떤 힘이 마구 솟구쳤습니다. 용이는 그 자리에서 한번 훌쩍 뛰어올라 보았습니다. 하늘에라도 날아오를 듯합니다. 용이는 발에 채는 책 보퉁이 하나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 위로 던졌습니다.

휭! 공중에서 몇 바퀴 돌던 책 보퉁이가 퍽 소리를 내면서 골짜기에 떨어졌을 때, 용이는 두 번째 책 보퉁이를 집어던졌습니다.

또 하나, 또 하나……. (중략)

‘내가 정말 못난이였구나! 이제 다시는 그런 짓 안 한다!’

용이는 제 책 보퉁이만 허리에 둘러맸습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향해 날 듯이 뛰어 올라갔습니다.


(마) “어, 용이가 빈손으로 오네?”

“정말 저 자식이?”

“인마, 책 보퉁이 모두 어쨌나?”

용이는 아무 말이 없이 그냥 올라오고만 있습니다. 아이들이 용이를 빙 둘러쌌습니다.

“너, 책 보퉁이 어쨌어?”

“이 자식, 죽고 싶나? 빨리 말해!”

용이는 아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조용히, 그러나 힘찬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책 보퉁이를 모두 날리고 나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이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습니다.

“너희들 책보 말이제? 저 밑에 두꺼비 바위 아래 던져 놨어.” (중략)

아이들의 발과 주먹이 용이를 덮쳐 왔을 때, 용이는 번개같이 거기를 빠져나와 몇 걸음 발을 옮기더니, 발밑에 있는 돌을 두 손으로 한 개씩 거머쥐고는 거기 있는 커다란 바윗돌 위에 껑충 뛰어 올랐습니다. 그 몸놀림이 어찌나 재빠른지, 아이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지금까지의 용이와는 아주 다른, 딴 아이였습니다.

“자, 덤빌람 덤벼! 누구든지 오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을 끼다!”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을 때, 뒤에서 한 아이가,

“난 내 책보 가질러 갈란다.”

달려갔습니다. 그 소리에 다른 아이들도 모두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나도 간다.”

“나도 간다.”

하고 달려갔습니다.

11

(가)~(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은? (3점)

12

용이가 아이들의 책 보퉁이를 나르게 된 이유가 드러난 문장의 첫 어절과 끝 어절을 (다)에서 찾아 쓰시오. (4점)

13

다음이 설명하는 것을 (라)에서 찾아 쓰시오. (4점)

•용기, 자신감, 생명력을 상징한다.

•다른 아이들의 책 보퉁이를 메다 주는 자신을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용이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소재

14

(마)에 나타난 갈등 양상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15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16-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지난해 봄에 바우와 경환이는 한날에 그곳 소학교를 졸업을 하였다. 그리고 경환이는 서울로 상급 학교를 가고 바우 자기는 집에서 꾸벅꾸벅 땅이나 파며 있지 않으면 아니 될 때, 바우는 무척 슬퍼하고 억울해하고 따라서 경환이를 부러워도 하였다. 바우는 자기가 값없이 보내는 그 하루하루에 경환이는 좋은 학교, 훌륭한 선생 아래서 날마다 새로워 가고 높아 갈 것을 생각할 때 바우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 상급 학교에 가지 못하는 벌충을 여기다 하려는 듯이 틈 있는 대로 그림을 그리었고 또 그것으로 즐거움이 되었다.


(나) 경환이는 바우가 앉았는 밤나무 그늘로 들어서며

“너 호랑나비 어디로 날아가는 거 봤니?”

하다가는 바우 손에 잡히어 있는 나비를 보고는 반색을 한다.

“나 다우.”

하고 으레 줄 것으로 알고 손을 내미는 것이나 바우는 그 손을 툭 쳐 버리고 몸을 돌린다. (중략)

“이 동네서 나 하는 거 시비할 사람 없어. 건방지게 왜 이래.”

하는 그 말 속엔 분명 자기는 마름 집 외아들로서 지위가 높은 몸, 너 같은 소나 뜯기는 놈에게 시비를 받을 몸이 아니라는 빈정거림이 있다. 바우는 썩 비위가 상해서

“흥.”

하고 마주 코웃음을 치고 그리고 좀 더 골을 올리려고 두 손가락에 날개를 접어 쥔 나비를, 이것 너 줄까, 하는 시늉으로 경환이 등을 향해 두어 번 겨누다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려 버린다.


(다) 그러나 경환이의 심술은 이것만으로 고만두지 않았다. 송아지에게 먹을 만치 풀을 뜯기고 언덕 아래로 몰고 내려와 수수밭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바우는 다시금 놀랐다. 개울 건너 바우네 참외밭에서 경환이란 놈이 나비 잡는 채를 휘두르며 날뛰고 있다. 그까짓 송장 나비를 잡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닐 텐데, 경환이는 그 나비를 쫓아 구두 신은 발로 지금 한창 참외가 익기 시작하는 넝쿨을 함부로 질겅질겅 밟으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하다. 나비를 잡는 척 참외밭으로 몰아넣고 참외 넝쿨을 결딴내는 것이리라. 바우는 눈이 뒤집혔다.


(라) “남 나빌 잡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지 어쭙잖게 왜 다니며 훼방을 노는 거냐.”

“누가 훼방을 놀았나. 남의 참외밭에 들어가 그러기에 못 하게 말린 거지.”

“아, 니가 밤나무 골 언덕에서 손에 잡았던 나비까지 날려 보내며 뭐라구 그랬다는데 그래”

그리고 어머니는 경환이 집 안주인이 꾸중꾸중하더라는 것, 그리고 바우가 나비를 잡아 가지고 와서 경환이에게 빌지 않으면 내년부턴 땅 얻어 부칠 생각을 말라더란 말을 옮기며 또 바우에게

“어서 나비 잡아 가지고 가서 빌어라, 빌어.”

16

 (가)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3점)

17

 (나)에서 경환이와 바우의 처지를 알 수 있는 3어절의 말을 찾아 쓰시오. (4점)

경환 

바우

18

(다)를 읽고 보인 반응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19

위에 나타난 갈등을 생각해 보며 다음의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쓰시오. (3점)

이 글은 ‘나비’를 둘러싼 경환과 바우의 등장인물 간 갈등이 ( ⓐ )과 ( ⓑ )이라는 집단과 집단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남 나빌 잡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지 어쭙잖게 왜 다니며 훼방을 노는 거냐.”

“누가 훼방을 놀았나. 남의 참외밭에 들어가 그러기에 못 하게 말린 거지.”

“아, 니가 밤나무 골 언덕에서 손에 잡았던 나비까지 날려 보내며 뭐라구 그랬다는데 그래”

그리고 어머니는 경환이 집 안주인이 꾸중꾸중하더라는 것, 그리고 바우가 나비를 잡아 가지고 와서 경환이에게 빌지 않으면 ㉠ 내년부턴 땅 얻어 부칠 생각을 말라더란 말을 옮기며 또 바우에게

㉡ “어서 나비 잡아 가지고 가서 빌어라, 빌어.”


(나) 해가 저물었다 지붕 너머로 바우 집 굴뚝에도 연기가 오르고 그리고 그 연기가 졸아든 때에야 바우는 슬슬 눈치를 살피며 대문에 들어섰다. 그러나 건넌방 쪽에 눈이 갔을 때 바우는 크게 놀랐다.

㉢ 아궁지 앞에 위하던 그림 그리는 책이 조각조각 찢기어 허옇게 흩어져 있다. 바우는 그 앞에 이르러 멍청히 내려다보고 섰는데 등 뒤에서 아버지 음성이 났다.

“인마, 남은 서울 학교 다녀서 다 나비도 잡고 그러는 건데 건방지게 왜 다니며 훼방을 노는 거냐, 훼방을.”

그리고 바우가 그림 그리는 것과 그것은 아랑곳없는 일일 텐데 아버지는

“담부턴 내 눈앞에 그 그림 그리는 꼴 보이지 말어라. 네깟 놈이 그림 그걸루 남처럼 이름을 내겠니, 먹고살게 되겠니.”

하고 돌아서 문밖으로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서며 아버지는

“나빈 잡아 갔지?”


(다) ㉣ “아버지 속상하시게 하지 말고 오늘은 나빌 잡아 가지고 가 봐라. 땅이 떨어지거나 하면 너는 좋겠니. 생각해 봐라.”

바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어머니는 그것을 바우가 순종하는 뜻으로 여긴 모양, 부엌에서 아침을 차리기에 분주하였다.

“얼른 밥 차려 줄게 먹고 나가 봐.”

그러나 바우는 어머니가 밥상을 날라 오기 전에 자기가 먼저 슬며시 집 밖으로 나갔다. ㉤ 밥을 열 끼를 굶는 한이 있더라도 그 경환이 앞에 나비를 잡아 가지고 가서 머리를 숙이기는 무엇보다도 싫었다. 아들의 그만한 체면쯤 보아줄 줄 모르고 자기네 요구만 고집하는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까지 바우는 무척 야속했다. 노여웠다.


(라) 바우는 동구 밖 아랫마을로 가는 길가 축동, 버드나무 그늘 밑을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기며 걷는다. 아침부터 요란스레 매미는 울고 그리고 속상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풀 위로 너훌거리는 나비다. 바우는 그 나비를 피해 가는 듯 문득 걸음을 바꿔 뒷산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바우는 일상 하던 버릇

으로 풀을 베어 널고 그 위에 벌렁 나둥그러져 하늘을 쳐다본다. 집에서보다 갑절 어버이에게 대한 야속함과 노여움이 사무친다.

‘아버지 말대로 정말 집을 나오고 말까. 그러면 아버지도 뉘우칠 때가 있겠지. 그리고 서울 같은 도회로 나가서 어떻게 고학이라도 해 볼까.’


(마) ‘흥, 경환이란 놈이 저의 집 머슴을 시켜 나비를 잡게 하는구나.’

그리고 바우는 또 한 번 같은 웃음을 웃는다.

바우는 산을 내려와 맞은편 언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메밀밭을 내려다보았을 때 그는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환이 집 머슴으로 본 사람은 남 아닌 바로 자기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농립을 벗어 들고 나비를 쫓아 엎드렸다 일어섰다 하며 그 똑똑지 못한 걸음으로 밭두덩을 지척지척 돌고 있다.

바우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언덕 모래 비탈을 지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며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지금까지 잠기어 있던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 그 아버지가 무척 불쌍하고 정답고 그리고 그 아버지를 위하여서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고, 바우는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오려는 마음을 가슴 가득히 참으며 언덕 아래 메밀밭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20

㉠~㉤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21

(나)에 나타나는 갈등으로 옳은 것은? (4점)

22

(다)에서 바우가 부모님을 야속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4점)

23

(가)~(마) 중 바우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는 것은?

 (3점)

24

(마)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25-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수택이는 석간신문을 배달하는 아이였어. 머리는 자주 감지 않아서 기름이 흐르는 데다가 비듬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어. 손톱 밑은 새카맣고, 잠바 소맷부리는 때에 절어 번질대고 몸에서는 꼭 시궁창 냄새 같은 게 났어. 게다가 하루에 몇 번씩 방귀를 뀌는데 냄새가 아주 지독했어. 아이들은 수택이가 가까이 오는 것도 싫어했어.

수택이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디뎠어. 그러고는 우리 반에서 제일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쓴 아이 옆에 앉았지. ㉠ 나는 그만 숨이 멎어 버리는 것 같았어. 그게 바로 나였거든.



(나) ㉡ 그래도 나는 대놓고 싫어하는 눈치를 보일 수가 없었어. 일 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착한 어린이 상’을 탔거든. 아이들이 투표해서 뽑아 준 거였지. 내가 그 상을 타고 싶어서 착하게 군 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 상을 탄 다음부턴 착한 어린이답게 행동하고 싶었어. 애들은 수택이를 보리 방구라고 놀리고 가까이 오는 것도 싫어했지만, 막상 짝을 바꾸겠다고 하면 나를 좋지 않게 볼 것만 같았어.


(다) ㉢ “윤희야, 이거 어제 배달하고 남은 거야.”

깍두기를 나눠 먹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 수택이는 어린이 신문을 한 부씩 갖다 주기 시작했어. 나는 차마 신문을 거절할 수가 없더라. 건네주는 손에 거무죽죽한 자줏빛이 돌았거든. 손등에는 여기저기 튼 자국이 있었고. 추운 날씨에 배달을 하느라고 동상에 걸렸던 모양이야. 나는 신문을 받아서 가방에 넣었어. 친구들이 알아챌까 봐 빨리 넣느라고 신문이 구겨져 버리곤 했지.


(라) “야, 너 보리 방구랑 사귀냐? 너는 반찬 주고 걔는 신문 주고 그런다며?”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어. 다른 반 친구들도 곧 알게 되었지. 화장실 문에는 ‘구윤희♡보리 방구’라는 낙서까지 생겼어. 꼭 내 몸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어. 수택이랑 짝이 되던 날보다도 더 힘든 시간이었어.

 나는 더 이상 깍두기를 나눠 먹지 않았어. 신문도 수택이 서랍에 도로 넣어 버렸지. 내 몸에서 수택이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까 착한 어린이 상은 생각도 나지 않았어. 그저 빨리 소문이 가라앉기를,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를, 그래서 수택이랑 짝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지.


(마) 나는 서랍에서 신문을 꺼냈어. 신문을 들고 뒤로 돌아섰지. 나는 난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아이들 시선은 나한테로 모아졌어. 나는 난로 뚜껑을 열었어. 난로 속에는 석탄이 빨갛게 달구어져 있었지. 나는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신문을 구겨서 공처럼 만들었어. 그리고 아이들 보란 듯이 신문을 난로 속에 던져 버렸단다.

신문에는 금세 불이 붙었어. 내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어. 교실은 숨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했고. 나는 난로 뚜껑을 덮고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지.  ㉣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말이야, 수택이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어.


(바) 나는 육 학년이 되어서도 자꾸 태워 버린 신문 생각이 났어. 신문을 접거나 구길 때면 그날 구겨 버린 신문 생각이 났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몇 년 동안 난로 속에 뭐를 집어넣는 것만 봐도, 신문 재가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처럼 답답했어.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렇게 겨울 부츠 속에 신문지를 구겨 넣을 때면, 봄 신발을 꺼내 구겨 넣었던 신문지를 빼낼 때면, 나는 한참씩 수택이 생각에 잠긴단다. 수택이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까 궁금해지기도 하지.

어디서 무얼 했으면 좋겠냐고? 음……, 어디서 무얼 하든……, ㉤ 그날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생각나더라도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내 친구 수택이가 꼭 그랬으면 좋겠어.

25

㉠~㉤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26

(라)에 나타난 갈등의 양상을 갈등의 유형과 함께 서술하시오. (4점)

27

위 글 (가)~(마) 중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으로 알맞은 것은? (3점)

[28-3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사용 모 : (노기 띤 음성으로) 뭐? 프로 야구?

사   용 : 엄마, 그게 아니라…….
    프로가 뭐냐면…….

사용 모 : 아니 직장에서도 그놈의 야구만, 야구만 하더니, 인제 아예 직장을 때려치운다고?


(나) S# 29. 몽타주

마운드 향해 걸어가는 사용, 주변 돌아본다. 손에 바람 불어 넣고, 고개 숙이며 글러브 만진다.


아나운서 : 9회 초 10대 1 상황, 감사용 선수로 교체되네요.

해 설 자 : 네, 삼미가 9회 마지막 수비죠. 10대 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 데뷔 첫 등판인데요, 감사용 선수가 패전 처리로 나오는군요. 이 패전 처리라는 게 말이죠, 회식 끝나고서 혼자서 설거지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제일 하기 싫고, 잘해도 별 티가 안 나요.


마운드에 멈춰 서서 고개 숙이고 모자 만지는 사용.

하나둘 자리를 뜨는 관중들.

멈춰 서서 긴장한 듯 한숨 내쉬는 사용.

더그아웃에서 짐 챙겨 나가는 해태 선수들.

삼미 관중석. 사람들 떠나고, 치어리더들과 몇몇 사람만 남아 있다.

아나운서 :  정규 방송 관계로 여기서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

사용 모 : (손님 끌어 모으는) 애기 엄마, 이것 좀 보고 가지.

사   용 : (그런 엄마 보고 있다가) 엄마, 내일 말이야…….

사용 모 :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아, 시계 죽었더라, 야. 얼른 배터리 좀 갈아라.


일어나 벽시계 쪽으로 가는 사용, 벽시계 창 열고 헌 배터리 끄집어낸다. 책상 의자 빼내 앉고 서랍 뒤진다. 배터리 찾아 꺼낸다. 이때 뭔가 발견한 듯한 사용, 닫으려던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사용이 꺼내든 것은 삼미 슈퍼 스타즈 경기 입장권들. (음악)

입장권 뭉치를 하나하나 넘겨 보는 사용, 생각에 잠긴다.

(회상) 관중석. 사람들, 야유하며 나간다. 이때 관중석 안으로 들어오는 사용 모, 홀로 남아 경기를 지켜보며 더운 듯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라)

사용 모 : 너 연습 안 하고 이렇게 빈둥거려도 되냐? 야구 선수가 됐으면 열심히 연습을 해야지. 그래 갖고 네 팬들이 좋아하겠다.

사   용 : 나 팬 없어. 나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어.

사용 모 : 왜 너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

사   용 : 엄마 아들이 워낙 멋이 없잖아. 에이, 나 갈래.


평상 쪽으로 가서 가방 집어 드는 사용.


(마)

사   용 : 나 간다.


가는 사용.

이때 사용 모, 사용의 뒷모습을 보고.


사용 모 : 감사용.


멈춰 서는 사용.


사용 모 : 어깨 좀 딱 펴고 다녀라. 남자가 그게            뭐냐. 그리고 엄마는 가끔 네가 되게            멋있더라, 야. 세상 사람 다 변해도             엄마는 네 왕팬이다.


감격해 눈물을 흘릴 듯한 사용, 꾹 참고 뒤돌아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   용 : 팬이 뭐 그래. 만날 구박이나 하고.


웃는 사용, 다시 고개 돌리고 울먹이며 간다.

28

(가)에서 사용은 누구와 무엇 때문에 갈등하고 있 는지 서술하시오. (4점)

29

(가)~(마)의 내용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3점)

30

이 글의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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